제성칼럼
임대인의 실거주 이유로 갱신이 거절되었는데, 임대인이 잠시 살다가 나갔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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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살겠다”던 집주인의 재임대, 어디까지 허용되나
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6다203203 판결
“제가 직접 들어가 살겠습니다.” 임대차 현장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를 갱신거절 사유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이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세놓았다면 어떨까요.
대법원은 2026년 9월 10일 선고한 2026다203203 판결에서 이 문제의 ‘정당한 사유’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화했습니다.
1. 사건의 경과
임차인 A는 2020년 서울 서대문구의 아파트를 보증금 6억 6천만 원에 2년 기간으로 임차했습니다.
A는 2022년 5월 갱신을 요구했지만 임대인 B는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B는 실제로 입주해 약 1년 2개월을 거주했으나, 2024년 2월 보증금 8억 2천만 원에 새 임차인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만약 A가 갱신권을 행사했다면 2024년 9월까지 살 수 있었으니 그 기간 안에 이뤄진 재임대 사례였고, 기존 임차인이었던 A는 같은 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2. 임대인의 항변과 엇갈린 하급심
임대인인 피고 B는 재임대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편과 공동 소유한 다른 다가구주택의 임차인들이 보증금 반환을 한꺼번에 요구했는데, 돌려줄 돈은 약 6억 9천만 원인 반면 새로 받은 보증금은 1억 8천만 원에 그쳤고, 소득이 없어 대출도 어렵고 아파트를 팔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1심은 전세사기 문제로 임차인 여럿이 동시에 보증금을 요구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보아 B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반면 2심은 그 보증금 반환채무가 갱신거절 당시에도 이미 존재했고 계약 종료 시점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B의 상고를 기각하고 임차인 승소를 확정했습니다. 판시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려면 갱신거절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사정 때문에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해야 합니다.
셋째, 이러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다른 집 임차인들의 보증금 반환 요구가 예측할 수 없던 사정도 아니고 재임대가 불가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집
주인이 실제로 살았다는 사정도 결론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쟁점은 실거주 의사가 거짓이었는지가 아니라, 갱신되었을 기간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재임대했는지이기 때문입니다.

4.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정해질까?
배상액은 법이 정한 다음 세 가지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입니다(제6조의3 제6항).
1)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
2) 재임대의 환산월차임과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차액 2년분,
3) 그리고 임차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차액 2년분이 약 4,400만 원으로 산정되었고, A가 그 범위에서 청구한 약 3,080만 원이 인정되었습니다.
재임대 보증금이 크게 오를수록 배상액도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니, 재임대를 고려하는 임대인은 이 계산식을 미리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판결에 비추어 임대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기 전에 앞으로 2년간의 자금 계획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이미 예정된 보증금 반환이나 기존 채무는 나중에 ‘예상할 수 있었던 사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고, 부득이 계획이 바뀌었다면 그 경위와 다른 해결 방법을 검토한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임차인은 집을 나온 뒤에도 권리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갱신거절 통지 문자나 내용증명을 보관하고, 갱신되었을 기간 안에 새 세입자가 들어왔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들어가 살겠다”는 말에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거주 갱신거절은 임대인의 정당한 권리이되, 그 권리는 임차인이 감수한 2년의 이사와 주거 변화를 전제로 합니다.
집주인은 ‘2년을 지킬 수 있는가’를, 세입자는 ‘2년 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한 번 더 살피길 권합니다.